이수진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부정적 심리상태를 다스리기 위해 이를 묘사하고 이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하여 팬데믹의 시간으로 강화된,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서의 불안과 두려움을, 영화(스릴러, 미스테리, 공포 등 장르의 영화) 속에서 유사한 감정을 일으키는 이미지들을 선택하여 박제하듯 그려내는 역설적인 방식으로 마주한다.
수집된 이미지의 파편들은 역설적으로 영화의 공포스러운 서사나 맥락이 제거된 일상적인 사물과 장면들이다. 이들은 본래 이미지가 위치한 전후상황과 무관하게 불안과 관련된 작가의, 혹은 보는 이의 경험이나 상황을 환기한다. 작은 화면을 가로지르는 긴 날의 가위, 드라마틱한 조명이 비추는 붓통의 붓들, 깊은 밤 무슨 일인지 멈춰 선 차… 정도의 차이일 뿐 어느 누구나 갖고 살아가는 다양한 불안의 감정이 익숙한 듯 낯설거나, 평범한 듯 어딘가 달라 보이는 이미지들을 통해 소환된다. 그러나 사실적이지만 절제된 표현, 공간감 없이 평면적이고 건조한 화면, 톤 다운된 색채, 강박적으로 묘사한 디테일 등은 이러한 감정을 증폭하기보다 떠오른 그 감정을 한 걸음 물러서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 
이렇듯 이수진의 작업들은 평온 속 긴장감, 두려움을 통한 안도감과 같은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일게 하는 한편, 보는 이들이 사소하면서도 다양한 불안의 심상을 각 개인의 삶에 투영하고 공감하게 한다.
Sujin Lee works on describing and naming the negative emotions she encounters in reality in her works. She faces anxiety and fear, which have roots in her personal experiences and intensified during the pandemic, in an uncertain and unpredictable reality by choosing images that evoke similar emotions in movies and preserving such emotions on the canvas.
These collected images are, paradoxically, everyday objects and scenes from which the horror narrative or context of the film has been removed. Regardless of the context in which the original image is located, they evoke the artist's or the viewer's experience with anxiety. Scissors with long blades crossing the small screen, brushes in a brush box lit with dramatic lighting, a car stopped in the middle of the night... It's just a difference in degree, but the various types of anxiety that everyone lives with are summoned through images that are unfamiliar as if they are familiar or somewhere different as if they are ordinary. However, rather than amplifying these emotions, realistic but restrained expression, a flat and dry screen without a sense of space, toned-down colors, and obsessively depicted details allow the viewer to step back and reflect on the emotions that have arisen.
In this way, Sujin Lee's works simultaneously arouse conflicting emotions such as tension in tranquility and relief through fear, while allowing the viewer to project and empathize with the trivial yet diverse images of anxiety in each individual's life.


 종의 평
전시 서문, oaoa
다분히 평범하고 익숙한 이미지들이 보인다. 내 삶과 주변에 있을 법한 일들과 사물을 비롯해 어디선가 보았음직한 장면들이다. 그런데 있을 법한 것들과 보았음직한 장면들이라고 하여 무심하게 넘어갈 만하지가 않다. 제목도 내용도 없는 두꺼운 책에 심취한 사람이나, 무심하게 놓여진 가위가 나를 뾰족하게 보는 듯한 느낌은 쉬이 지나칠 수 없지 않은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들도 있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 예고없이 찾아오는 사건들로도 가득한 것이 우리 삶이고 일상이다.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근거한 부정적 심리상태(통칭 불안)를 다루거나 해제하는 방법은 제각각 이겠지만, 이수진은 이러한 현실에서의 불안과 두려움을, 유사한 감정을 일으키는 영화(특히 공포영화) 속에서 일상의 모습의 파편들을 수집하고 이를 작은 화면 속에 박제하듯 그려내는 역설적인 방식으로 마주한다. 정도의 차이일 뿐 어느 누구나 갖고 살아가는 다양한 불안의 감정이 익숙한 듯 낯설거나, 평범한 듯 어딘가 달라 보이는 이미지들을 통해 소환되지만, 이수진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감정이 증폭되기보다 떠오른 그 감정을 한 걸음 물러서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번 전시 <일종의 평화>는 불안을 다룬다는 점에서 지난 작업들과 흐름을 함께하지만, 영화나 미디어에서 발견한 이미지들을 조금씩 벗어나 작가의 내면을 거쳐 걸러진 이미지들에 집중하면서 좀 더 평범한 일상의 모습과 가까워져 있다. 적극적으로 불안을 잠재우는 ‘방식’​​​​​​​ 혹은 ‘과정에 중심을 두었던 것에서 나아가, 부정적 감정의 완화를 통해 이와 공존하는 법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신작들을 살펴보면, 영화적 모티브를 강하게 연상시키던 지난 작업에서의 날카로움은 한결 부드러워졌으나 평안함 속 긴장감과 같은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일게 하는 힘은 더욱 커지고, 모호한 기시감은 옅어진 반면 일상과 더욱 밀착한 소재들은 보는 이들이 오히려 그림에서 불안의 심상을 공감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유머러스하게 읽어내도록 한다.  
바라지만 얻을 수 없는 평화를 기원하는 듯 고요히 타오르는 촛불로 시작하여, 화면에 가득 한 기다란 날의 가위, 곧 떨어뜨릴 듯 불안하게 케이크를 먹는 손길 등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과 사물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 정지화면처럼 우뚝 선 간판, 무언가를 목격했을 것만 같은 흰 셔츠 위 선글라스, 목적지를 잃은 듯 멈추거나 하염없이 가고 있는 자동차 등 바깥 풍경의 이미지들을 지나면 화재의 긴장감과 소멸의 승화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불이 우리를 맞는다. 그리고 마치 지금의 불안과 두려움 또한 언젠가 끝이 날것이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은유하며 마무리된다.
처음으로 전시되는 색연필 및 연필 소품들은 수집한 불안의 이미지를 다루는 작가만의 방식을 색다른 각도로 보여준다. 이들은 유화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밑작업처럼 시작해서 때로는 그대로 밀도 있게 완결되기도 하고 캔버스 위에서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는데, 특히 흥미로운 점은, 재료와 표현의 차이로 인해 동일한 불안의 심상도 조그맣고 부드럽게 그려지며 마치 ‘불안의 썸네일처럼 위트있게 읽혀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편적인 일상의 이미지 아래 강박적인 듯 무심하게 깔려 있는 불안에 대한 이수진의 담담한 시선은 각 개인의 삶에서 서로 다르게 연상되는 사소한 불안의 이미지를 끌어내고 자연스러운 공감의 지점을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불안이 없어질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지만 불안 속에서 나에게 잠시나마 안정, 평화를 주는 것들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행위들이 나에게 ‘일종의 평화’라고 느낀다.”는 작가의 말은 불안과 안정, 확신과 불확신, 평온과 긴장, 혼란과 질서 사이를 하루하루 시소 타듯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이 어디로 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2022.11)​​​​​​​

A Kind of Peace
Foreword, oaoa
Distinctly ordinary and familiar images. They are scenes that could exist in everyday life and surroundings, including things and events that seem familiar from somewhere. However, they are not to be casually overlooked just because they are ordinary things or familiar scenes. The feeling of a person with their face partially obscured, immersed in a thick book with no title or content, or the sensation of a casually placed pair of scissors staring at you is not easily brushed aside. There are days when nothing happens, but life is also filled with unpredictable moments, events that come without warning. The methods of dealing with or relieving negative psychological states such as anxiety, fear, insecurity and obsession that arise from uncertainty beyond our control will vary from person to person. Lee Sujin confronts anxiety and fear in this reality in a paradoxical way by collecting fragments of everyday life from movies (especially horror films) that evoke similar emotions to reality, and depicting them on small screens as if preserved. Various emotions of anxiety, which everyone experiences to some degree, are summoned through images that seem familiar yet unfamiliar, ordinary yet somewhat different. When observing Lee's paintings, instead of intensifying these emotions, one finds oneself stepping back and quietly examining the emotions that arise.
This exhibition, titled <A Kind of Peace>, continues the flow of previous works in addressing anxiety. However, it moves closer to the ordinary aspects of life by focusing more on images that have been filtered through the artist's inner self, gradually departing from the images found in films and media. Going beyond actively suppressing anxiety through "methods" or "processes," it takes a step further by emphasizing how to coexist with negative emotions by alleviating these feelings. In this context, the sharpness reminiscent of cinematic motifs in previous works has become gentler, yet the power to evoke contradictory emotions such as tension within tranquility has grown stronger. While the ambiguous sense of the uncanny has diminished, the subjects closely intertwined with daily life invite viewers to empathize with the depiction of anxiety as a realm of humor.
Starting with the serene flickering candle, seemingly wishing for an unattainable peace, the exhibition features everyday scenes and objects that are not particularly remarkable, such as a pair of long scissors and the disembodied hands of a person eating a piece of cake that is about to fall off its plate. It continues with images of a signboard standing tall like a frozen frame in a swiftly passing landscape, sunglasses on a white shirt that seem to have witnessed something, and cars seemingly lost or endlessly moving in landscapes. Beyond them, the tension of fire and the transience of extinguishment simultaneously confront the viewer, metaphorically implying that today's anxiety and fear, too, will eventually come to an end and become a new beginning.
The colored pencil and pencil works, exhibited for the first time, present the artist's unique approach to depicting the collected images of anxiety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They start like preparatory drawings for painting and sometimes remain dense, complete, or newly emerge on the canvas. Particularly interesting is that due to the difference in materials and expression, even the same representation of anxiety is delicately and softly rendered, almost like a witty "thumbnail of anxiety."
Lee Sujin's composed gaze on the anxiety subtly embedded beneath mundane images of everyday life brings forth small images of anxiety that are individually associated with different people's lives, creating natural points of empathy. In that sense, the artist's statement, "The day when anxiety disappears may never come, but I am making an effort to find things that bring me temporary stability and tranquility within anxiety. All these actions make me feel that I am in a 'kind of peace,'" makes us contemplate where our lives, which traverse the realms between anxiety and stability, certainty and uncertainty, calmness and tension, and confusion and order, can lead us.


불안과 안정 사이, 매체와 매체 사이
김시습 | 큐레이터
회화를 작업의 주된 매체로 삼는 작가인 이수진은 자신의 그림을 주로 ‘불안’이라는 키워드 주변에 위치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불안을 느끼게 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불안이나 공포를 유발하는 상황에 대한 묘사가 그림 속에 자주 나타나긴 하지만, 그 불안이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까지 전달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의 그림은 대부분 작은 크기나 회색조의 건조한 톤, 두텁지 않은 붓질 등으로 인해 감정이 매우 절제되어 있다. 때문에 보는 사람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기보다는 그려진 내용과는 반대로 오히려 귀엽거나 유머러스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상반된 내용을 의도적으로 조합한 경우도 있다. 대략 6호 남짓한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2014년 작품 <안개바다 위의 목격자>(2014)는 어떤 사고나 사건을 목격한 남자의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작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까닭에 가벼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이수진의 그림을 불안이라는 심리와 연결한다면, 이는 작가 자신이 불안을 다스리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이수진은 그림을 통해 실제였다면 두려움이나 불안을 유발했을 상황이나 장면을 사소하거나 이해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지난 개인전의 제목 《불안에 맞서는 기술》은 작가의 이러한 회화 제작 과정을 지시하는 말로 여겨진다.
작가의 작업 과정이 종종 (많은 경우 작가 자신에 의해) 수행의 과정이라 언급되는 것을 떠올린다면, 이수진이 자신의 작업 과정을 불안에 맞서는 과정이라 칭하는 것은 흥미롭다. 반복되는 작업을 통해 불안에 맞서는 행위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수행의 일종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수행에 비해 훨씬 더 세속적이고 솔직한 감정들을 상기시킨다.
불안의 요소는 일상에 산재해 있다는 점에서 불안이란 내가 세상을 등지거나 떠나기 전까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안에 맞선다는 것은 수행처럼 나를 점점 고양시키는 일이 아니다. 이보다는 간발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나를 빗겨 지나가는 재난의 장면을 머릿속에서 서둘러 지워버리고 태연한 듯 그 다음 시퀀스를 나의 삶에 이어붙이는, 시지프스의 형벌과도 같이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기억 내 편집 행위에 가까운 것이다.

이번 전시 《고스트 이미지》에서 작가는 불안이라는 주제에 대한 기존의 관심을 이어가는 한편으로 지난 개인전 이래로 시작한 새로운 실험의 결과를 선보인다. 그 실험이란 바로 영화의 장면을 그림의 소재로 삼는 것이다. 작가는 주로 공포나 스릴러 등의 장르로 분류되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장면을 차용하고 변주하여 그림으로 옮겨 그렸다.
선택된 장면은 보통 불안한 심리 상태를 표현하거나 불안과 관련된 본인의 경험이나 상황을 환기시키는 장면이지만 선택에 어떤 분명한 기준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작가는 장면의 상징성을 최대한 배제하려 노력한다. 작품을 보고 그것이 어떤 영화에서 차용된 것인지를 알아맞힐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하여 그림은 친근함과 낯섦이라는 반대되는 느낌을 동시에 가진다.
작가의 이러한 실험은 그림 속 이미지의 파편성이나 산만함을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산재한 불안에 맞선다는 행위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여기저기 흩어져 잠복해 있는 불안의 모습을 상기시키듯 그림 속의 이미지는 이제 특정한 하나의 서사 속에서는 결코 봉합되지 않은 채 애매하고 어렴풋한 분위기만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자동차 사고(벽을 뚫은)>(2021), <자동차 사고(물에 빠지는)>(2021), <자동차 사고(떨어지는)>(2021), <자동차 사고(불에 타는)>(2021), <자동차 사고(뒤집히는)>(2021)는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 사고를 나열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연작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나열한 순서대로 각각 <비틀쥬스>, <빌어먹을 세상 따위 시즌 1>, <이블 데드 3 – 암흑의 군단>, <내가 사는 피부>, <파고>에서 빌려온 이미지를 그린 것이다. 표현이 최소화된 상태로 반복적으로 묘사된 맥락이 모두 다른 다섯 개의 자동차 사고 장면을 그린 그림의 병치 안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개별 사고의 내용과 의미보다는 오히려 현실 속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형식 자체라 말해야 할 것 같다.
<“갤러리에 연장해달라고 전화할까?”>(2021), <“계속 작업해”>(2021), <기다리는 붓>(2021)은 모두 아리 에스터 감독의 영화 <유전>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작가가 다소 변형하여 그린 것이다. 역시 영화 속에서는 너무나 사소하게 지나가는 장면을 옮겨 그린 것이므로 그 컨텍스트가 의미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전시를 준비하며 시달렸을 작가 자신의 불안 강박이 떠올라 보는 이를 웃음 짓게 만든다.

전시 제목 《고스트 이미지》는 마치 유령의 모습처럼 상상의 틈 사이로 문득 얼굴을 내미는 불안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작가가 고른 이름일 것이다. 그런데 주로 매체와 관련하여 사용되는 이 말의 또 다른 쓰임 또한 이수진의 회화를 설명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 말은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인 방식으로 포착된 대상이 아닌, 화면과 화면 속 이미지 사이에 끼어 있는 이물질과도 같은 잔상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부적절한 전파의 수신으로 인해 텔레비전 등의 화면에 이미지가 다중으로 겹쳐져 나타나는 현상을 ‘고스트 현상’이라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불안과 안정 사이, 그리고 매체와 매체 사이에 끼어 있는 이미지라는 점에서 이수진이 화폭에 담은 이미지를 고스트 이미지라 부르는 것에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불안이라는 주제에 대한 탐구가 정상적 삶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수진의 그림은 회화라는 매체를 바라보는 정상적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고스트 이미지는 현실과 이미지로 양분되는 두 세계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지시한다. 이미지가 현실과의 정상적 네트워크 속에서 성립하는 하나의 생태계 안에 존재한다면, 고스트 이미지는 그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생태계 자체의 자의성을 다소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허구인 이미지를 대신하여 실재하는 사물들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지의 세계를 또 다른 형식으로 재조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2021.10)

In Between Anxiety and Stability, In Between Medium and Medium
Si-seup Kim | Curator

Lee Sujin, an artist who mainly works as a painter, often situates their works around a single word: anxiety. This does not mean Lee produces paintings that induce anxiety, though. While situations that provoke anxiety or fear often appear in their work, the anxiety itself is rarely transferred to the viewers of their paintings.
Most of Lee’s paintings present reserved emotional expressions through the use of small-scale canvases, dry grayscale palettes, and thin brushstrokes. Lee’s works often feel cute or humorous as opposed to what is represented in the works, which might otherwise produce an anxious psyche in viewers.
Some of Lee’s works present a deliberate combination of oppositional elements. Their 2014 painting, Witness Above the Sea of Fog, is an oil painting on canvas (15 x 11 inches) that portrays a man witnessing an accident. Because the composition nods to German Romanticist painter Caspar David Friedrich’s piece,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the reference brings a knowing smile for viewers familiar with the work.
If you still would like to associate anxiety with Lee Sujin’s paintings, we could say it is relevant to the way the artist themselves is dealing with their own. Lee repeatedly renders situations or scenes that may have once induced fear or anxiety into trivial or graspable objects. The title of their last solo exhibition, The Way to Defeat Fear, can be considered as indicating the reimagination of anxiety as part of their process.
Considering that Lee’s work process is often referred to—in most cases by the artist themselves—as spiritual training, it is interesting to note that Lee considers their painting as a way to face anxiety. While the act of facing anxiety through repeated work can be broadly regarded as a sort of spiritual training, the artwork created evokes more worldly and honest feelings than spiritual training does.
Given that causes of anxiety are pervasive in daily life, anxiety is something that will never fully disappear unless you avoid or leave the world. In this sense, facing anxiety is not an act to elevate yourself as is done through a spiritual practice. Rather, it is similar to the act of editing memories, which has to be done repeatedly; just as Sisyphus performs his punishment, you hurriedly forget about the scenes of disaster that missed you by a tiny margin and nonchalantly move onto the next sequence of your life.   
In the exhibition Ghost Image, Lee presents the conclusion of a new experiment that they embarked on since their last solo exhibition while continuing their previous interest in the topic of anxiety. The experiment was to take scenes from movies as subject matters of the paintings. Lee mainly draws on movies and TV shows that fall in the category of horror and thriller, appropriates scenes and translates them into paintings.
The selected scenes are usually the ones that depict an anxious mental state or ones that recall the artist’s own experiences with anxiety, but Lee says there was no definite criteria in the selection. Instead, the artist attempts to eliminate symbolism in each scene as much as possible. You cannot easily guess which movie the scene is from by seeing Lee’s works. In this way, Lee’s paintings simultaneously hold familiarity and unfamiliarity, a set of conflicting feelings.
The experiment that Lee is conducting highlights the fragmentary and destructive nature of images in the paintings, which leads to making more prominent the act of facing widespread anxiety. As if reminding the viewers of forms of anxiety hidden throughout our daily life, the images in the paintings reveal themselves only as ambiguous and suggestive ambiance, never seamlessly blending into one certain narrative.
Lee’s works Car Accident (Hitting into the Wall), Car Accident (Sinking), Car Accident (Falling), Car Accident (Ablaze), and Car Accident (Overturned) are considered to be a series for they list different kinds of car accidents. They are, in the listed order above, based on the images borrowed from Beetlejuice, The End of the F***ing World Season 1, Evil Dead 3 – Army of Darkness, The Skin I Live In, and Fargo. In this juxtaposition of paintings that depict scenes of five different car accidents with minimal expression, what we see is the form itself around the repetition of accidents in reality rather than the details and the meanings of the individual accidents.
Should I Call the Gallery for an Extension?, KEEP WORKING!, and Waiting Brush are based on images that Lee took and transformed from Hereditary, a horror film by Ari Aster. Since the images are based on scenes that do not have much significance in the movie, the film’s context does not seem to hold much significance. What makes the viewer smile is the hint of compulsive anxiety that the artist themselves must have grappled with while preparing for the exhibition.
The title of the exhibition, Ghost Image, may have been chosen by the artist as they imagined an image of anxiety as what randomly peeks through a gap in the imagination, like a ghost. A ghost image also refers to an afterimage that is not captured in the usual and normal way, existing in between the screen and the image on the screen, like something that was not supposed to be there. The rhetoric of the ghost is also used in the phenomenon called “ghosting,” where several layers of superimposed images appear on the TV screen caused by the reception of inappropriate signals. This use of the phrase also seems to be suitable for describing Lee’s paintings.
Because the images Lee captures on their canvas exist in between anxiety and stability, and between medium and medium, it is plausible to consider their images as ghost images. In the same way the exploration of the subject matter of anxiety raises questions on the stability of “normal” life, Lee Sujin’s paintings, too, investigate the “normal” way of viewing the medium of painting.
“Ghost image” refers to a world of yet another dimension that does not belong to a bifold world split between reality and image. Whereas images exist within an ecosystem established in a normally functioning network formed in relation to reality, ghost images disturb that ecosystem and reveal the arbitrariness of the ecosystem itself. Still, as proxies for fictional images, these ghost images do not attempt to return to the world of real objects; they rather suggest a new possibility to recombine the world of images through other forms.


‘불안’의 미장센
채연 | 큐레이터
이수진은 스릴러 영화의 장면 중에서 자신의 뇌리에 강하게 남은 부분과 이어서 연상되는 장면을 확대하고 편집하여 그림으로 그려낸다. 그렇게 편집된 장면은 영화 속 내러티브가 완전히 삭제된 채 개별적인 이미지로 완성된다. 그런데도 차가운 색조로 건조하게 묘사된 실내 풍경은 불길한 사건의 전조를 떠올린다. 사소해 보이는 작은 사물들은 불안정한 구도로 배치되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연출한다.
“나는 현실에서의 확실치 않은 계획, 노력해도 어려울 것 같은 현상 유지, 오지 않을 것 같은 미래 따위를 생각하면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불안에 쉽게 잠식되곤 했다. 두려운 대상과 상황을 맞닥뜨리면, 그것에 이름을 붙이거나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분석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수진의 회화 작업은 바로 이러한 심리에서 촉발되었다. “작은 사이즈의 캔버스에 평소 수집했던 다양한 영화 속 장면들을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 여러 형식의 회화로 묘사하면서 일상적 불안과 우울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스리고 싶었다. 나에게 회화는 불안에 맞서는 기술이자 무기이다.” 작가의 최근 개인전 제목이 ‘불안에 맞서는 기술’이었던 이유다.
영화 속 장면이면서 동시에 우리 일상에서 손쉽게 발견하는 이미지로 구성된 그의 작품은 하나의 ‘비일상적인 심리적 풍경’이 된다. 내면의 불안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투영하였기 때문이다. 이수진의 작품은 전염병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막연하게 두렵고 불안한 감정들도 이러한 낯설게 보기를 통해서 해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러주는 듯하다. 작가가 담담하게 제시하는 내면의 불안은 직설적이지 않아서 불편하지 않고, 우리는 그 불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스스로의 공포감과 불안감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수진의 회화를 통해서 전염병 시대를 살아가며 만연한 일상적 불안과 무기력을 직시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다스릴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다.
(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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